《녹색평론》제105호 2009년 3-4월호  인쇄용  

 

  神, 자연, 인간

  마키노 도키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자연계를 구성하는 생물의 한 종류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생물과 다른 특수한 점이 있는 것일까. 정신이나 이성과 같은 것은 인간 특유의 것일까. 그런 것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신과 공통하게 갖고 있는 특성일까. 애초에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신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해서 존재하게 되었을까. 저절로 발생한 것일까. 아니면, 신이 창조한 것일까. 창세기에 씌어 있듯이, 자연계 만물은 신이 창조하고 발전시킨 것일까. 그리고 마지막에 창조한 인간에게만 특별한 영적 하사품을 내려준 것일까. 아니면 이는 그저 인간의 공상에 불과하고, 신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자연이 저절로 진화를 거듭해온 것뿐인 것일까.

  자연계야말로 바로 신 그 자체라는 사고방식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범신론은 무신론과 종이 한장 차이일 뿐이다. 만일 신이 존재한다고 하면 그것은 정신이나 의지가 아니면 안된다. 자연은 본래 의지와는 관계가 없는 것,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이 자연 그 자체라면 신이라는 단어도 필요 없게 된다. 신이 존재한다면 창조주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우주를 통솔하는 의지이기도 할 것이다. 의지란 현재의 상황을 변혁하는 힘이며,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만들어내는 힘이기도 하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미신이나 속설과 같은 것은 부정되어왔다. 그러나 아무리 고도로 발달한 과학이라도 종교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현대과학의 발전은 기독교적인 자연관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연과학은 종교와 결별함으로써 발전해왔다고 생각하기 쉽다. 현대과학에서 긍정되고 있는, 약 150억년 전의 빅뱅에 의해 무의 세계로부터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하는 우주진화론도 기독교적 자연관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범신론적, 불교적 세계관으로부터는 우주진화론이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대과학은 실로 복잡해 보이는 이 우주가 매우 단순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없이 많은 물질도 원자로 분해하면 단 100개 종류이며, 그마저도 공통의 전자, 양자, 중성자라는 단 세개의 입자의 서로 다른 조합으로 된 것임이 밝혀지고 있다. 지구상 수백만종의 생물도 DNA라는 완전히 동일한 구조를 가진 유전자에 의해 생명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모든 생물체에 공통적인 DNA는 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이라는 단 4종류의 염기의 배열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배열의 정보만으로 복잡한 생명현상 전부가 관장되고 있다는 것은 경이적인 일이다.

  원자나 세포와 같은 마이크로의 세계와 태양계나 은하와 같은 매크로의 세계가 매우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자연계가 통일된 시스템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고도 자주 말해지고 있다. 이는 시간적인 측면으로도 사실이어서, 사람 개인의 일생은 지구상 생명의 역사의 응축이다. 사람은 어머니의 태내에서, 바다를 헤엄치는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 생물로부터 어류, 양서류로 진화를 거쳐 원시적인 포유류에서 고등 포유류의 형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의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명이나 우주가 우연히 생겨났다고 보기보다는 신이 창조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된다. 만에 하나, 그것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여서 불합리한 점은 없으리라. 신이 존재한다고 하면, 그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야 할 길이다.

  그렇다면 신의 의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신이 창조한 세계에 있어서 천체의 운행, 생태계의 균형, 인간의 심신 건강 등, 이러한 조화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바로 신의 의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도처에서 그 조화가 무너지고 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원흉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인류이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물질을 만들어 내고, DNA 정보를 마음대로 바꾸는 기술마저 손에 넣었다. 신의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 자연을 착취하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게 되었고, 명백히 비지속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물질문명으로 욕망을 만족시키는 한편으로, 범죄나 암 등 많은 불행을 초래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과학기술의 오용도 또한 기독교적인 자연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가 잘못되었던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학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불교 쪽이 생태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현재는 성서에서 생태적 사상을 읽어내려는 신학도 생겼다. 중세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와 같은 생태주의자가 있었지만, 이는 특이한 예에 지나지 않고, 주류 신학은 시대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생태학적으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현대사회에서, 우리 인류가 취해야 할 행동은 이 불가역적인 문명과 결별하고, 신이 창조한 조화의 세계를 되찾는 것 말고는 달리 없다. 원자력은 말할 것도 없고 석유와 같은 고대식물의 화석을 착취하는 것에 의존하는 문명이 아니라 깨끗한 물과 푸름(綠)에 의한 생활을 부활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마키노 도키오 (牧野時夫) ― 일본 홋카이도 요이치에서 생태농원 ‘에코팜’을 경영하고 있는 농부ㆍ예술가이자 기독교 사상가. 본지 제102호에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여기 옮겨 싣는 4편의 글도 그가 펴내는 월간 〈에코팜 뉴스〉에 실린 에세이들 중 고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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